"겨자씨는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나중에는 무럭무럭 자라서 커다랗게 됩니다. 오늘 여기에 모인 우리들의 생각도 무럭무럭 자라서 훌륭한 정책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거창고등학교 `혜윰찬` 발표 내용 중
`우리 사회의 문제는 무엇이고 그걸 해결하기 위한 정책은 무엇일까?` 시민사회단체 활동가의 고민이 아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정책담당자의 고민은 더더욱 아니다. 우리 사회의 당당한 일원인 청소년들의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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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2일, 고려대학교 국제관에서 열린 `제3회 청소년사회참여발표대회`에서 용인외국어고등학교 `RUBETO` 모둠이 발표하고 있다 |
ⓒ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염동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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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의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해결방안을 제시하기 위해 `개념있는` 청소년들이 모였다. 지난 12일, `제3회 청소년사회참여발표대회`가 서울 성북구 안암동에 위치한 고려대학교 국제관에서 열렸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와 고려대학교 한국사회연구소가 공동주최한 이번 대회는 지난 4월부터 9월까지 원고접수를 받았고 이번 본선에는 원고심사를 거친 12개의 모둠이 무대에 올랐다.
사전 원고심사를 통해 본선에서 발표를 하게 된 12개 모둠의 주제는 다양했다. 자신들의 문제를 다룬 모둠(기숙형 학교의 보건 실태, 학교 통학의 어려움, 방과 후 학습의 문제점)과 지역 사회의 문제를 다룬 모둠(수도권과 지방간 청소년 문화격차, 안성시 장애인 이동권 실태, 도-농간 교육,문화 격차 해소), 그리고 사회적 문제를 다룬 모둠(아동 성폭력 대책, 원자력 문제)까지 청소년들은 광범위한 영역에서 문제제기와 대안을 제시했다.
우리 삶의 문제, 문제제기에 그치지 않고 정책제안까지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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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2일 고려대학교 국제관에서 열린 제3회 청소년사회참여발표대회에서 참가자들이 다른 모둠의 발표를 듣고 있다. |
ⓒ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염동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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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인 국회의장상은 `기숙형 학교의 보건실태 및 해결방안`을 제시한 충남외국어고등학교 `T.O.P`가 수상했다. 이들은 평소 자신들 주변에 있는 문제에 대해서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던 중 최근 늘어나고 있는 기숙형 학교에서 학생들의 건강이 제대로 관리되고 있는지 고민하게 됐다고 한다. T.O.P는 기숙형 학교의 보건 실태가 열악하다는 점에 대해 `나이트 케어`, `보건실 환경 개선`,` 셀프 메디슨` `1:1 맞춤형 상담제도`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교육과학기술부장관상(최우수상)을 수상한 경북 대영고 `소나무`는 수도권과 지방간 청소년 문화격차를 줄이기 위해 `문화버스`를 도입해 문화적 소외감과 이질감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인근 중고교 학생 4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해외(영국, 미국, 프랑스, 캐나다) 사례를 조사한 후 관련 내용을 관련 부처에 정책제안을 하기도 했다.
또한 `소나무`는 국가의 예산과 지원 단체의 도움을 바탕으로 학생들이 지역에서도 문화적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극단 및 공연단을 조직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들은 발표를 통해 "문화 계통의 꿈을 가진 청소년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행정안전부 장관상(최우수상)을 받은 부산국제외고 `안전한 등굣길 만들어조`의 경우 지난 2008년 10월에 있었던 부산 대덕여고 앞 통학용 불법 승합차 사고를 바탕으로 학생들의 안전한 등교를 위해 대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만들어조`는 "조사한 결과 부산지역 고지대에 위치한 고등학교 학생들은 통학의 어려움 때문에 승합차를 이용한다"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마을버스의 노선과 배차간격을 개선해 스쿨버스로 이용`하는 `플라워 루트`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플라워루트`란 기숙사 및 스쿨버스가 없는 부산지역 고등학교를 중심으로 동서남북 4방향으로 지역을 설정해 마을버스의 배차간격 및 노선을 조정해 `스쿨버스화`하는 것을 말한다. 이들은 "`플라워루트` 정책을 통해 최근 적자에 허덕이는 마을버스 업체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심사위원도 우열을 가리기 힘든 청소년들의 참신한 정책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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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2일 고려대학교 국제관에서 열린 제3회 청소년사회참여발표대회에서 참가자들이 다른 모둠의 발표가 끝난 후 질문을 하고 있다 |
ⓒ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염동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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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회에서 유일하게 중학생들로 구성된 양서중 `평화만들기`팀은 학내외에서 원자력 발전의 위험성을 알리고 에너지 낭비를 막기 위한 실천 사례들을 홍보했다. 특히 학교 건물에 신재생에너지 관련 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시청과 시교육청에 지원을 요청했다.
이 외에 동양고교 `소울 브릿지`팀은 아동 성폭력 피해자가 기관을 방문하지 않고도 집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한 `하우스 큐어`, 마산용마고 `YSD`팀은 독거노인 문제 해결을 위한 `복지 마일리지제` 도입, 용인외고 `RUBETO`팀은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어렸을 때부터 교육을 받도록 한 정책 등을 제안했다.
정성헌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은 "발표를 들으며 12개의 청소년 모둠이 정말 많은 노력을 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청소년들이 주장하는 실천과 대안이 구체적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정 이사장은 "사회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비판에 그치지 않고 훌륭한 대안을 마련해 낸 청소년들의 모습이 매우 놀랍다"고 덧붙였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조대엽 고려대학교 한국사회연구소장(고려대 사회학과 교수)은 "발표한 모둠들의 우열을 가리기가 정말 어려웠다"며 "올해가 3회 대회인데 갈수록 청소년들이 지역사회, 공동체의 문제에 대해서 잘 포착하고 정책 과제를 선정하는 것이 굉장히 적절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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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 고려대학교 국제관에서 열린 제3회 청소년사회참여발표대회에 참가한 청소년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염동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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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3회째 개최된 청소년사회참여발표대회(후원: 교육과학기술부, 행정안전부, 서울특별시교육청, 경기도교육청, 중앙일보 시민사회환경연구소, 미국 시민교육센터)는 미국 시민교육센터(CCE)에서 사용하고 있는 `프로젝트 시티즌`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프로젝트 시티즌`은 미국에서는 국무부의 지원 아래 공교육 안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대표적인 미국 민주시민교육 프로그램 중 하나로 현재 이 프로그램은 미국 30개 주와 전세계 80개 국가에서 실행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학생들로 하여금 책임감을 갖고 사회참여를 할 수 있는 시민으로 길러내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로 학생들이 정부의 의무와 시민의 권리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고, 정부나 지역사회의 갈등 문제를 어떤 과정을 통해 해결해 가는지를 배우고 체험하도록 돕는 실천형 프로그램으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2009년 8월, 4박 5일간 미국 CCE 담당자 2명을 초청해 프로젝트시티즌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한 바 있다.
대회명칭: 제3회 청소년사회참여발표대회
공동주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고려대학교 한국사회연구소 / 주 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후 원: 행정안전부, 교육과학기술부, 서울특별시교육청, 경기도교육청, 중앙일보 시민사회환경연구소, 미국 시민교육센터(CCE)
대회결과
<대상> -국회의장상: TOP (충남외국어고등학교)
<최우수상>
-교육과학기술부장관상: 소나무(경북 대영고등학교)
-행정안전부장관상: 안전한 등굣길 만들어조 (부산국제외국어고등학교)
<우수상>
-경기도교육감상: 소셜백신 수호천사(가온고등학교)
-서울시교육감상: 소울브릿지(동양고등학교)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상: 가온누리(서울상일여자고등학교)
-중앙일보 시민사회환경연구소장상: 루베토(용인외국어고등학교)
-고려대학교 환경사회연구소장상: 혜윰찬(거창고등학교)
"앞으로 계속 우리 사회에 대안을 제시하고 싶어요"
대상 수상한 충남외국어고등학교 `T.O.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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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2일 고려대학교 국제관에서 열린 제3회 청소년사회참여대회에서 대상(국회의장상)을 수상한 충남외국어고등학교 `T.O.P` 모둠 |
ⓒ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염동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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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착오가 정말 많았는데 좋은 결과를 얻어서 너무 행복해요."
대상이 확정됐을 때 관객석 한 쪽에서는 9명의 참가자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서로의 손을 맞잡고 펄쩍펄쩍 뛰었다. 충남외국어고등학교 8명의 학생들과 지도교사인 김문광씨였다. 여학생 8명으로 구성된 T.O.P 모둠은 시상식이 끝난 후에도 서로를 격려하며 수상의 기쁨을 나누고 있었다.
평소 정치·외교 관련 주제로 모임을 가지던 학생들은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생각해보자고 의견을 모았다. 그래서 T.O.P라는 동아리가 만들어졌고 구성원들은 기숙형 학교에 다니는 자신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해서 고민하게 됐다. 이들은 기숙형 학교 보건 실태가 문제라는 점을 깨닫고 이에 대한 대안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한다.
이들은 자신들이 다니는 충남외고 뿐 아니라 충청남도 소재 기숙사 고등학교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기숙형 학교의 보건 실태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대다수의 학생들은 기숙학교 특성상 보건실이 야간에도 개방되길 원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이들은 이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나이트케어`라는 정책을 제시했다. `나이트케어`란 최근 늘어나고 있는 기숙형 학교에 보건교사 인력을 확충해 야간에도 보건교사가 학생들의 건강관리를 책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T.O.P는 각 학교 보건실 환경 개선을 통해 위생 관리가 철저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위생 관련 조항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 조항에는 적정 실내 온도(18~22도) 및 습도(40%~60%유지, 한 달에 1회 전문업체를 통한 소독 실시 등이 들어있다.
T.O.P의 강유진(충남외고·2학년) 대표는 모둠원들에게 공을 돌렸다. "저희가 2학년 4명, 1학년 4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8명 모두 분담된 각자 역할을 잘 해줘서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아요." T.O.P 담당교사인 김문광씨도 "학생들이 매일 밤 12시까지 야간자율학습으로 톱니바퀴와 같은 생활에서도 열심히 노력해왔고, 그 노력의 결과로 오늘의 결과가 있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주변 뿐 아니라 지역 사회 문제점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계속해서 대안을 제시해보고 싶어요. 우리의 문제에 대한 대안을, 우리가 현실에서 만드는 게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