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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회 대회영상

[2회대회]"청소년 유해업소 퇴출, 어른들이 함께 해 주세요"

[2회대회]"청소년 유해업소 퇴출, 어른들이 함께 해 주세요"


씁쓸한 졸업식장

학교에서는 졸업식이 한창이다. 교정을 떠나며 그동안의 즐거웠던 또는 가슴 아팠던 일들을 웃음으로 때론 눈물로 떠올리며 책상을 쓰다듬어 보기도 하고, 후배들의 박수갈채를 받으며 교정을 떠나면서 품 속 꽃다발과 함께 다시 교정을 몇 번이고 뒤돌아보기도 할 것이다. 뒤돌아 보면 ‘졸업빵’이라고 하여 그동안 입고 있었던 교복을 서로 찢거나 밀가루를 뒤집어 씌우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모두 그 청춘의 시절을 겪은 어른들에게는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되는 졸업식 풍경들... 하지만, 요즘 졸업식 풍경은 자못 위태롭기까지 한다. 일부 학생들이 졸업식을 핑계로 후배 학생들에게 강압적으로 신체적 정신적 폭력을 가하는 충격적인 영상과 사진들이 공개되었고, 정부에서는 사회문제가 된 졸업식 폭력 뒤풀이 문화를 없앤다는 취지로 졸업식 당일 학교 주변에 경찰을 배치하고 일부에서는 학생들의 가방 속 소지품까지 검사하는 웃지못할 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묻는다.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교육은 인간의 가치를 높이고자 하는 것, 근데 이건 아니잖아요! 


카메라가 한 유흥업소 입구 앞에 교복을 입은 학생을 향하고 있다.
“여기서 뭐 하시는 거예요?” “어~ 친구들 기다리는 건데요?”
“학생 아니예요?” “네, 학생 맞아요. 교복 보면 몰라요?”
“여기 미성년자 출입금지구역 아니예요?” “그닥 ~ 상관없지 않나?”

다시 카메라는 단란주점 업소 주인이라는 모자이크 된 인물을 향한다.
“왜 학생출입 시키세요. 불법인거 모르세요?”
“원래 이 동네가 다 그래요. 다른데 가보시라니까?”

영어학원이 자리한 건물에 함께 있는 지하 단란주점 광고판에 써 있는 ‘예쁜 언냐 노상대기’라는 광고 문구, 등하굣길에 길 옆으로 즐비해 있는 모텔들 입구에 붙어있는 성인 영화 포스터들, 길가에 버젓이 자리잡고 있는 성인용품점, ‘000 아가씨 상륙’이라고 적힌 현수막들, 곳곳에 흩뿌려져 있는 단란주점, 키스방 등의 유인물들... 


바로 충남 계룡시 용남고등학교 학생들의 눈에 비친 자신들의 등하굣길과 학원가의 모습이다. 이수연, 서민혁, 임새롬, 나윤정, 강성우, 한예지, 최혜리 등 7명으로 구성된 용남고등학교 정치외교동아리 아이팟(IPOD)은 자신들의 통학로에 자리잡고 있는 유흥업소가 학생들에게 얼마나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지를 조사했다. 

“교육이란 인간의 가치를 높이고자 하는 거잖아요. 학교는 학생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학생 개개인이 받을 수 있는 사회적 영향에도 신경써야 해요. 물론 이건 학교 안에서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예요. 지역사회 또한 학교가 길러낸 인재가 곧 지역사회의 발전에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고 학생들의 교육에 신경을 써야 하죠. 근데 역설적이게도 우리 지역사회는 이러한 교육의 중요성을 망각하고 있는 듯해요.” 

충남 계룡시는 신군부정권이 1983년 육․ 해․ 공 삼군본부인 계룡대를 만든 이후 형성되어 20년 후인 2003년에 특례시로 승격된 인구 3만의 작은 도시이다. 도시 형성 이전부터 부대 안에 있는 가족을 보기 위해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숙박업소나 유흥 주점, 당구장 등 많은 청소년 유해시설이 세워졌고 이들이 계룡시의 지역기반을 이루고 있다. 각종 교육시설들은 바로 이들 시설 주변에 혼재되어 생겨나게 되었다. 용남고등학교를 비롯하여 주변 금암중학교와 계룡고등학교 모두 이들 유흥업소에 버젓이 노출되어 있는 실정이다. 등하굣길에서 매일같이 쉽게 유흥업소와 음란광고물을 접하는 이 지역 학생들은 왜곡된 성인문화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직접 경험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밤이면 고등학생 커플들이 모텔 앞에 줄지어 서 있기도 하고, 야간 자율 학습이 끝나고 독서실로 향하는 길에 야하게 옷을 입은 여성들이 무리지어 가는 것을 자주 본다. 남학생들은 이런 모습에 자극을 받고 호기심을 유발하게 되고, 알게 모르게 여학생들의 옷차림도 이에 영향을 받게 된다. 이들에게 이런 성인문화는 일탈이 아닌 일상이 되고 있다. 


두루뭉실한 법, 허술하기만 한 감시망 

 

그렇다면 이런 청소년 유해업소로부터 청소년들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은 없는 걸까?

아이팟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난 2008년 8월 4일부터 시행된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에대한법률에서 학교출입문을 기준으로 직선거리 50미터 이내를 절대정화구역으로, 200미터 이내를 상대정화구역으로 규정해 청소년 유해업소의 진입을 금지하고 있다.

아이팟은 이런 특정 수치에 의해서만 규정하게 되면, 자신들처럼 매일 아침과 저녁 등하굣길에 업소 사이를 반드시 지나가야 하는 경우에는 그 규제가 전혀 도움이 안된다고 지적한다. 직선거리라는 두루뭉실한 수박 겉핥기식 규제는 오히려 청소년 유해업소들이 마음놓고 업소를 운영하도록 하며 더 많은 업소가 생겨나도록 돕는 꼴이 된다.

또 하나의 정책으로는 여성가족부에서 운영하고 있는 청소년유해환경 감시단을 들 수 있다. 이들 단체는 주로 유해 업소가 청소년 출입을 허가하거나 고용하는지를 감시하고, 다른 유해 매체나 약물의 유통 및 판매행위를 감시하고 있는데, 아이팟은 이들의 활동이 주로 하나하나의 사례적발에만 집중되어 있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특히 이러한 감시단은 2009년 기준으로 전국 283개로 주로 서울, 경기 등 수도권과 광역시 등에 집중적으로 있고 정작 유흥업소가 유독 많은 계룡시에는 감시단이 존재조차 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감시단이 적은 이유로는 여성가족부에서 요구하는 자격요건(비영리단체 등록, 직원과 사무실을 구비해야 한다는 등)이 너무 까다롭게 되어 있는 것도 한 몫 하고 있다. 


정부 주도에서 지역 주민 주도로...

기존의 법과 정책들을 면밀히 검토한 아이팟은 이러한 공공정책의 허술한 부분을 보완한 새로운 제안을 내놓았다. 아이팟은 학교위주로 지정하는 현행 규제보다는 등하굣길과 학원가를 파악하여 유해업소를 제한하는 가이드라인을 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가이드라인은 ‘학교 정문으로부터 몇 미터’라는 식으로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지정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내 기초 단체와 청소년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직접 참여하여 지역 학생들의 이동경로를 파악하고 그에 따라 설정해야 한다. 또한 한 지역 내 인구와 면적에 비례하여 유흥업소 운영 개수를 제한할 것도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여성가족부의 감시단 지정 허가과정 또한 직원과 사무실의 개념보다는 ‘봉사’의 개념으로 전환하여 기초단체와 주민, 학부모들이 자발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시정하여 효율적인 감시단 운영을 할 수 있도록 제안하였다.
한편, 아이팟의 이러한 주장이 계룡시의 주된 경제적 기반을 이루는 이들 숙박업소와 유흥업소 업주들에게 당연한 반발을 불러일으키지는 않을까? 아이팟 동아리 구성원들은 오히려 차분하게 답한다. 

“청소년에게는 물리적 폭력뿐만 아니라 공포와 억압을 포함하는 정신적인 폭력으로부터도 보호받을 권리를 가지고 있어요. 우리는 정신을 저해하고 행동에까지 영향을 주는 청소년 유해업소로부터 멀어지고 보호받을 권리가 있으므로, 시에서는 우리 청소년을 고려하여 운영수를 제한하는 규제를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고 봐요.” 


아이팟은 이런 업주들의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러한 규제기준을 정하는 협의회에 업소 운영자들까지 일부 포함시켜 규제의 수위를 어느 정도 조정할 것인지 협의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그들은 시 정책담당자와 학부모, 그리고 업주들이 자라나는 미래세대를 위해 머리를 맞댄다면 최선의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어른들에 대해 경계를 늦추지는 않는다. 

“지자체는 지역 사회 내 업소이고 하다보니 그게 곧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명목과 생각으로 느슨한 단속을 계속하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인식을 바꾸는 데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봐요. 이러한 노력은 정부 주도의 정책과 개선이 아니라 시민사회와 정부, 기초단체 등의 유기적인 협조를 통해서 이뤄져야 하구요.”

이팟은 이러한 사회참여활동 과정에서 면밀한 기초조사뿐만 아니라 위험을 감수하며 한 밤중 유흥업소 거리에서 사진 취재와 인터뷰 요청 등을 했다. 또한 계룡시 주민들을 대상으로 청소년 유해업소 제한을 요청하는 서명운동을 직접 벌이기도 하였다. 

“처음에는 자녀들과 관련된 일이고 분명 옳은 일이라고 생각하였기에 흔쾌히 응해주실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어른들로부터 ‘모텔이나 유흥업소가 왜 유해업소냐?’ ‘이런 거 왜 하는지 모르겠다’는 식의 답변을 많이 들었어요. 이러한 문제에 대해 어른들은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더라구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서 청소년 사회참여발표대회에 참여한 아이팟의 활동내용을 소개하는 보도자료를 배포한 후 신문, 라디오, 텔레비전 등 많은 언론매체들이 이들의 활동에 귀기울여 여론화시켜 준 것은 아이팟 구성원들에게 많은 희망과 자신감을 안겨다 주었다. 이런 아이팟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 가는 걸까? 최근에는 계룡시 차원에서 조례제정 작업이 진행중이고, 성인대상 유인물과 현수막 등에 대한 단속 강화로 유흥업소의 광고물들도 많이 사라지는 등 눈에 띄는 변화가 있다고 아이팟 친구들이 알려왔다. 


우리들이 직접 하면 되요!

다시, 졸업식장의 경찰 동원을 통한 규제를 떠올려 본다. 어른들이 우려하는 요즘 청소년들의 학교 안에서의 폭력은 단지 학교라는 장소에서 이뤄지는 것일 뿐 그 원인을 파고 들어가 보면 제도적이고 문화적이고 환경적인 요인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졸업식을 기해 각 지역에서 일제히 유흥업소 단속을 강화한다는 언론 보도들이 나오고 있는 이 시기에 청소년들 주변에 우리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왜곡된 유흥문화와 폭력문화를 되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학교 안에서 떠나는 아이들과 떠나보내는 아이들이 그들만의 풋풋한 축제의 장을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우리 어른들이 반성하고 노력해야 할 부분이다. 아이들은 우리 어른들에게 함께 하자고 어깨를 걸어온다. 그들은 함께 희망을 노래하자고 한다. 

우리들이 직접 하면 되고
주민들이 개선하면 되고
모든 것은 우리 주도적으로
뭐든지 생각대로 하면 되고


 * 이 글은 2010년 제2회 청소년사회참여발표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은 충남 계룡시 용남고등학교 “아이팟(IPOD)" 동아리의 발표원고와 발표동영상 자료를 재구성하여 작성한 글입니다. 또한 이 글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소식지인 <희망세상> 3월호에도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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